광화문광장 아래 '조선시대 육조거리' 현장을 가다
STOC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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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6 11:39
조선시대 500년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광화문광장 매장문화재' 현장답사 왕과 구분하는 신하의 공간 ‘조선시대 육조거리’ 터가 시민들에게 공개됐다. 서울시는 새로 광화문광장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발굴된 조선시대 육조거리의 흔적 등 매장유물을 공개하는 해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고고학자가 들려주는 광화문광장 일대 매장문화재 이야기’는 지난 5월 11일 홈페이지(https://gwanghwamun.seoul.go.kr)에서 모집을 시작했는데 금방 마감이 될 정도로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2019년 ‘광화문 역사산책’에 참석하면서 광화문광장 아래 묻혀있는 육조거리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또한 경기대 건축대학원 안창모 교수의 영상을 시청하며 왕의 공간인 경복궁과 광화문 앞의 신하의 공간인 육조거리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역사적 현장을 직접 볼 수 있다고 하니 큰 기대와 함께 사전예약 신청을 했고 지난 22일 참여할 수 있었다. 고고학자가 들려주는 광화문광장 일대의 이야기필자가 예약한 광화문광장 매장문화재 발굴조사 현장 해설 프로그램은 토요일 오전 10시20분 시작이었다. 10분 전에 도착해 출석체크 후 공사장 내부로 들어가니 다른 참가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개인이어폰을 지참하지 않아 배부된 이어폰을 사용해 해설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주말에는 평일과 달리 모형유물 접합과 복원 등 고고학 체험도 할 수 있었다.해설프로그램 자료집과 홈페이지 등에는 광화문광장 내 유적 정밀발굴 조사와 광화문광장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 자세한 안내가 나와 있다. 조선은 건국 이후 개경에서 한양으로 천도한 뒤 새로운 도성 건설에 착수했다. 1934년(태조 3) 9월 1일 신동궁궐조성도감을 설치하고 담당관리를 임명하면서 본격적인 수도 이전이 시작되었다. 한양의 중심부에는 왕이 머무는 경복궁을 설치하고 동쪽에는 종묘, 서쪽에는 사직을 두었다. 이듬해인 1395년 경복궁과 종묘, 관아 등이 육조거리와 함께 완성되었다. 조선시대 최고 행정기구인 의정부 등 6개 중앙광청이 위치한 대로인 육조거리는 대신들이 다니는 길이었으며, 사신이 궁궐에 도착할 때 지나는 길이었고, 19세기에는 서민들이 뗄감시장을 여는 곳이었다.현재 광화문 앞쪽에 위치한 광화문광장이 조선시대 육조거리가 있던 곳으로, 조선시대 정치와 행정의 중심지로 중요한 상징성을 갖는 공간이다. 특히 이번 발굴에서 육조거리를 사이에 두고 의정부와 마주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됐던 ‘삼군부’의 위치가 실제 유구로 확인됐다. 19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배수로와 조선전기로 추정되는 건물지 일부도 함께 발굴됐다. 세종로 공원 앞에서는 조선시대 관리 감찰기구였던 ‘사헌부’의 유구로 추정되는 문지, 행랑, 담장, 우물, 배수로가 발굴됐다. 건축물을 지을 때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발굴된 잡석들을 모아서 동그라미, 네모 테두리를 만들어 놓은 것은 지어진 시기별 구분이라고 한다. 답사를 통해 배수로의 돌의 크기도 정방형인 것과 장방형의 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지(門址)는 문이 있던 자리를 말하고 행랑은 복도식 건축물을 뜻한다고 한다. 문화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90분 동안 진행되었고, 주말에는 가족단위 참가자가 많아서 고고학 체험도 진행됐다. 도자기 조각들을 맞추어서 접착제와 테이프를 붙여서 단단히 고정시키고, 점토를 주물러서 잘 배합되게 하고 조각을 잃어버린 구멍을 메워주는 체험이다. 아이나 어른이나 흔치 않은 고고학 체험을 할 수 있어 더욱 보람 있는 행사였다. 체험 후에는 퀴즈를 맞춘 아이들에게 도서를 증정하기도 했다. 답사가 끝나고 문화재 보존과 활용에 대해 의견을 묻는 설문지 조사도 진행됐다. 필자는 청진지구의 유구나 궁평유적전시관, 서울시민청 군기시유적전시관처럼 통 유리로 유구를 볼 수 있도록 전시해 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번 시민공개 프로그램은 신청이 마감됐지만 5월말에 영상을 통해 만날 수 있을 예정이다. 영상에는 광화문광장 문화재 발굴 과정과 조선시대 육조거리에 대한 문헌 기록, 그리고 발굴조사로 확인된 육조거리의 모습 등이 전문가의 해설과 함께 담긴다고 한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시기별로 다르게 발굴되는 현장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부러진 전신주 2개, 빨강색 벽돌 건물의 잔해, 우물이나 배수로의 돌 모양의 변화, 시기별로 다른 색상으로 표식을 해 놓은 잡석의 모둠, 배수로나 행랑의 위치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더불어 광화문 월대 복원에 대해서 교통체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걷기 좋은 서울이 우선되고 월대 복원 역시 꼭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번 발굴과 공개가 시민들이 문화재를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